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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8.12 꼬따오

스쿠터로 꼬따오 둘러보기

도올핀

더 이상 다이빙 일정도 없고 오늘부터는 완전한 자유시간이다.

나는 벌써 3번째 토토는 2번째 방문인데 아직 개별적으로 싸이리 비치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오늘은 꼬따오 이곳저곳을 탐험해 보기로 했다.

 

역시나 늦게까지 자고 반스 레스토랑에서 아점을 먹은 뒤 다시 숙소로 와서 여행 채비를 들고 나왔다.

 

우리의 발이 되어줄 스쿠터를 빌려야 하는데 어디서 빌려야 하는지부터 고민이다.

숙소 올라가는 길에도 우측에 FOURTH BIKE라는 작은 렌탈샵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안 좋은 평이 있어서 패스.

아까 올라오는 길에 보니 반스 리조트 사무실 앞에도 스쿠터가 몇 대 서 있어서 멀리 가지 말고 일단 가격을 물어보기로 했다.

 

리조트에서 빌려주는 건 좀 더 비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리가 알아본 가격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루에 200바트.

일단 스쿠터를 반납하기도 더 편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검증되지 않은 믿음으로 그냥 리조트에서 빌리기로 결정했다. 

 

렌탈 서류의 주의 사항을 잘 읽어보고 사인을 했는데 바이크 렌탈은 리조트와 하등 상관이 없고 리조트에서 보상할 의무도 없다고 한다.

벨보이 대빵이 부업으로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 작업을 마치고 바이크를 보러 나갔다.

작은 스크래치로도 엄청난 수리비를 뜯어낸다고 하여 나는 동영상으로 토토는 카메라로 약간의 흠집이라도 있는 곳은 이 잡듯이 사진을 찍어뒀다.

 

나름 새삥 바이크. 하지만 꼬따오에선 오프로드 타이어가 달린 바이크를 빌리는 게 나은 것 같다.
바이크를 빌리니 꼬따오 지도를 줬다. 구글맵이 비교적 덜 정확해서 종이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됐다.

헬멧을 쓰고 자신 있게 출발하려는데, 하도 오랜만에 타는 거라 시동 거는 법도 모르겠다.

직원에게 물어서 몇 가지 조작 방법을 익힌 후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스쿠터의 떨림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토토를 뒤에 태우고 드디어 출발. 

일단 큰길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스쿠터 운전이기도 하고 뒤에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는 건 처음이어서 천천히 달리며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

좌측통행도 약간 헷갈리는 부분이었지만 꼬따오 같이 작은 섬에서는 딱히 차선이나 신호등이 없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가는 도중 삼거리 가기 전에 주유소가 있어서 기름을 약간 보충했다.

아마도 여기가 싸이리 비치 근처의 유일한 주유소인 것 같다.

토토가 50바트를 넣어달라고 했다.

 

토토 : 50바트 오케?

직원 : 노노 100바트

토토 : 50바트

 

50바트 100바트를 주고받다가 직원이 기름통을 열어보더니 50바트면 충분하겠네 하고는 웃으며 오케이 50을 외친다.

 

기름이 이미 꽤나 많이 들어있었다.

기름을 보충하고 다시 출발.

꼬따오에서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인 싸이리 삼거리가 나온다.

오토바이와 트럭들이 얽혀있고 어디서 물이 터졌는지 공사를 하는지 바닥이 온통 물웅덩이다.

 

느릿느릿 멈추며 가려니 중심잡기도 힘들고 아직 운전도 익숙하지 않아서 속도 조절도 잘 안된다.

물을 밟지 않으려 비뚤비뚤 운전을 하다가 발을 땅에 살짝 디뎠는데 쪼리가 순식간에 분리되며 끈이 빠져 버렸다.

순간 당황해서 공사하는 구덩이로 돌진할 뻔했다.

거푸집을 고정하는 철근이 삐죽삐죽 나와있는 구덩이들이 길 한복판에 여기저기 뚫려있어 상당히 위험했다.

 

작은 고비를 넘기고 삼거리를 지나자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는 평온한 길이 계속된다.

길 끝까지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두짓 분차 리조트에 도착했다.

Dusit Buncha Resort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가파를 경사를 내려가니 거대한 바위가 겹쳐 있는 리조트 입구가 나온다.

 

리조트는 숙박객 구역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구역에는 입장 제한이 없었다.

 

마치 숲 같은 리조트의 정원을 지나 안내판을 따라 먼저 낭유안 테라스에 내려가 봤다.

테라스 정면으로 두 개의 섬과 그 사이의 모래사장 그리고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인다.

 

점심시간임에도 다이빙 배가 한두 척 보였는데 낭유안과 꼬따오 섬의 사이에 저 포인트가 재패니스 가든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처음 꼬따오에 왔을 때 한 번 가본 것 같은데 그 뒤론 가본 적이 없다.

 

바로 앞에 보이는 낭유안

낭유안 테라스에서 호텔 건물 쪽으로 가니 바다를 볼 수 있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영장은 투숙객만 사용할 수 있는데 레스토랑이나 해변까지는 방문객도 자유롭게 갈 수 있어서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석양을 보러 오면 좋을 듯하다. 오후에는 너무나 뜨거워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호텔 아래쪽엔 스노클링 하기 좋은 장소가 있었다.

두짓 분차 리조트를 둘러보고 가려는데 토토와 함께 어드밴스드 코스를 했던 분들을 만났다.

오늘부터는 휴식을 취하려고 이곳에서 지낸다고 하신다.

다음에 꼬따오에 또 오게 되면 우리도 반스리조트와 싸이리비치 지역을 벗어나서 이런 색다르고 고급스런 리조트에서 지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바이크를 타고 싸이리 삼거리까지 돌아왔다.

바이크 운전에 금방 익숙해져서 아까와 같은 위험한 상황 없이 복잡한 삼거리를 빠져나왔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힌웡베이가 나온다.

마지막은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라 아주 조심해서 운전을 했다. 기어를 고정할 수도 없는 데다 브레이크가 잘 관리가 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급한 내리막은 천천히 가는 게 상책이다.

Hin Wong Bay

들어오는 길에서 해변과 반대인 남쪽으로 가면 온통 바위로 된 곳이 나온다.

이쪽은 사람이 거의 없고 젊은 서양인 몇 명만이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스노클링을 하기는 이쪽이 좋아 보였지만 딱히 자리를 잡고 있을 곳이 없어서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이쪽은 자리를 잡고 쉴 만한 곳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해변 쪽으로 돌아오니 조그마한 모래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반 그늘에 자리를 잡고 경치 구경을 하다가 마스크와 스노클을 꺼내 들었다.

 

꼬따오는 어딜 가나 둥글게 깎여나간 거대한 바위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과는 다른 웅장함이 느껴진다.

흰웡베이는 얕은 모래사장이 조금 펼쳐지다가 물 한가운데 보이는 바위 근처에서부터 모래가 움푹 파여서 2미터 정도로 뚝 떨어진다.

물이 갑자기 깊어지니 수영을 못 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된다.

 

물에 들어가니 너무 시원하고 좋다. 

스노클을 끼고 바위 해안을 따라 구경을 하며 꽤 멀리까지 나왔는데 대낮에 운 좋게도 바위틈으로 헤엄치는 가오리도 볼 수 있었다.

조류에 밀려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는데 문제가 생길까 봐 해변을 볼 수 있는 곳 까지만 가서 바위에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짐을 줄이느라 오리발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여행을 다닐 땐 가볍고 작은 숏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낮에 어딜 가는 거니
물놀이를 하고 과자를 먹으니 꿀맛이다.

갈 곳은 많은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몸을 대충 말리자마자 다음 장소로 출발을 했다.

다음 장소는 러브 꼬따오.

구글 지도를 믿지 마세요

구글 지도를 켜고 안내를 따라 길을 나선다.

타이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좌회전을 하라고 했는데 실수로 지나쳐 버려서 거의 삼거리까지 가서 유턴을 해서 돌아왔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한참을 달리는데 갈수록 길이 점점 좁아지고 경사가 급해진다.

마티나 마운틴 리조트를 지나서는 구글이 알려주는 길도 아닌 산길로 계속해서 가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뷰포인트라 이런 험난한 산등성이를 넘어야 갈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위험한 고비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길은 위성 지도로 봐도 전혀 길이 없어 보이고 우리가 지금 가는 험난한 산길을 끝까지 올라가면 버마식 불교 사원이 나오는 게 분명해 보였다. 

 

결국 나의 초보운전 실력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가파른 데다 좁고 옆에는 철조망이 쳐있어 넘어지면 완전히 골로 갈 것 같은 언덕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들어있던 종이 지도를 참고해서 큰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서 타노테 베이로 가는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타나 리조트 쪽 길을 따라가면 웨스트 코스트 뷰포인트까지는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 위와 같은 길을 통과해야 하니 수백 미터를 걷거나 잘 정비된 산악 바이크와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진 사람만 가능할 듯하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어렵다. 올라올 때는 어떻게 왔는지 용기가 대단하다.

경사가 급하고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길은 중간중간 움푹 파여있고 갈라져 토토를 내리게 하고 나 혼자 발을 짚어가며 천천히 내려와야 했다. 토토가 타고 내리기를 여러 번, 포장된 길이 나오니 그래도 안심이 된다.

거의 다 내려와서 리조트 앞 급경사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잡았는데 바이크가 순식간에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토토가 번개같이 점프를 해서 튀어 나가고 바이크가 넘어지기 전에 잘 잡아서 큰 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 모래가 있는 곳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언덕길에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남쪽에 새로운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시간도 늦고 당장 배도 고파서 지나가는 길에 그냥 반스 옆 Krua Thai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스쿠터.
뭘 시켜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한다.
모닝글로리 볶음
디저트로 망고밥까지 먹어치웠다.

밥을 먹고 나니 벌써 3시가 넘은 시간이다.

아직 갈 곳이 많은데 마음이 급해서 바로 러브 꼬따오로 출발을 했다.

구글 지도에 호되게 당하고 오히려 종이 지도를 참고해서 큰길을 따라갔더니 큰 문제없이 러브 꼬따오에 도착할 수 있었다.

LOVE KOH TAO

러브 꼬따오는 꼬따오의 유명한 뷰포인트이자 인싸들의 셀카 촬영지다.

입장료 20바트가 있지만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면 입장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산에서 헤매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점심을 먹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마실 것만 하나씩 주문을 하고 데크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해본다.

산 아래로는 꼬따오의 동남쪽 타노테 베이가 내려다 보이고 바다 멀리 꼬팡안과 세일락도 볼 수 있다.

 

나는 립톤 토토는 맥주를 한 병 주문했다.
신난 토토.
타노테 베이가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이런 그물 침대도 있었다. 낭떠러지에 설치된 게 아니라 별로 안 무섭다는 건 단점?!

한참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근처에 웨스트 코스트 뷰포인트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WEST COAST VIEWPOINT

러브 꼬따오에서 저수지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뷰포인트 레스토랑이 하나 나온다.

스쿠터는 여기까지만 갈 수 있어서 여기서부터는 걸어 올라가야 한다.

레스토랑 직원이 주차비와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한다. 

원래 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다투기 싫어서 그냥 돈을 내고 이따가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뷰포인트까지 올라가는 길은 빗물에 쓸려나가고 크게 무너져 위험한 구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무난했다.

 

길이 이래서 스쿠터를 타고는 올라올 수 없다.

한참을 걸어 올라오자 왼편에 큰 바위 두 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다. 

드디어 도착이다.

 

큰 바위 사이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만큼의 공간이 있다.

바위 사이의 공간을 통과하자 편평하고 너른 바위가 절벽까지 깔려있는 비밀의 공간이 나타나며 굉장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절벽 끝자락에서 매핫부터 싸이리 비치, 멀리는 꼬 낭유안까지 꼬따오 서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우리가 아는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보았다.

 

전망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아 사람이 많이 몰리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바위 가장자리 부분은 경사가 좀 있고 안전장치는 전혀 없기 때문에 구르거나 미끄러지면 그냥 가는 것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우리와 서양 남자 한 명뿐이어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며 한적하게 풍경도 구경하고 방해 없이 사진도 찍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싸이리 비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 뒤에 이렇게 기막힌 공간이 숨겨져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한참을 시원한 바람과 경치를 즐기다가 해가 바다 위로 점점 내려앉아서 우리도 떠나기로 했다.

 

웨스트 코스트 뷰포인트 근처에는 동쪽 해안을 전망할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온 김에 잠시 들러볼까 해서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지도를 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멀어 보인다.

더 늦으면 위험할 것 같아 동쪽 포인트는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바위 옆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거대한 악기를 연주하는 분이 있었다. 어떻게 들고 온 것일까??

산을 내려오니 벌써 어둑어둑한 느낌이 들어 스쿠터를 타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목적지였던 아오륵 비치와 존-수완 뷰포인트는 언젠가 다시 꼬따오를 찾게 된다면 가게 될 것이라고 마음속 위시 리스트에 남겨두었다.

 

출발도 좀 늦었고 중간중간에 헤매느라 계획했던 곳들을 모두 가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꼬따오 이곳저곳을 가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하루였다.

 

안전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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