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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타만사리, 프라위로타만 본문

해외여행/2018.09 족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타만사리, 프라위로타만

도올핀
어제 구입한 콤비네이션 티켓은 연속 이틀간 유효했기 때문에 오늘은 선택의 여지없이 보로부두르에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일출 투어를 해야 하는가?

여행 계획을 짤 때 보로부두르를 어떻게 방문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일출 투어가 유명하다.
새벽 안개로 뒤덮힌 숲과 그 가운데 우뚝 솓은 거대한 사원에서 맞이하는 신비한 일출사진들을 보면 누구라도 이 환상적인 풍경에 단번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 또한 이 광엄한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결심하는 계기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라고 생각을 해 봤다.

문제는 일출 투어는 보통 새벽 3시에 출발을 한다는 것.
보로부두르 옆의 마노하라 호텔에서 1박을 한다면 새벽부터 이동하는 수고는 덜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족자카르타에서 겨우 4박 일정이었기에 호텔 이동을 최소화하고 싶었고 그래서 마노하라 호텔에서 숙박하는 건 포기했다.
결국 투어를 이용해야 하는 것인데, 고민을 많이 해 봤지만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서 우리는 그냥 사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일출투어를 할꺼면 프람바난-보로부두르 콤비네이션 티켓을 사면 안 된다. 일출 투어용 티켓은 별도.

그랩으로 도시 외곽까지 나가보기

오늘은 호텔을 옮겨야 했기에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어제 호텔에 늦게 돌아와서 투어를 예약할 시간도 없었고 일단 보로부두르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체크아웃을 하며 리셉션에 혹시 연계된 투어 회사등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고정 요금으로 가는 택시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택시비가 상당히 비싸서 안하기로 하고 그랩을 불러서 가보기로 했다.

그랩은 약간 최후의 수단이었는데, 계획을 짤 때 보로부두르처럼 도시 외곽에 멀리 있는 장소들을 방문할 때 그랩을 써도 되는지 확신이 없어서 리뷰들을 많이 찾아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투어를 이용하는 것 같았고, 그랩을 이용해서 갔다왔다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 트립어드바이저 등에는 돌아올 때 문제될 수가 있으니 가급적 투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비싸지만 택시도 있을 것이고 버스와 트랜스족자등을 이용해서 가시는 분들도 있었기에 일단 가면 어떻게든 돌아올 방법이 있겠지 라고 생각을 하고 그랩을 불렀다.

오늘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상당히 막혔는데, 그랩은 투어카와 다르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운전을 한다.
한탕이라도 더 뛰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일까?
위태위태하게 운전을 하며 막히는 길을 뚫고 1시간만에 보로부두르에 도착했다.
보로부두르까지는 그랩카 플러스(5스타 드라이버) 요금으로 17만 루피가 나왔다. 하지만 운전을 너무 험하게 하셔서 별점 4점을 드림.

보로부두르 사원

주차장에서 택시를 내리자마자 양산파는 상인들과 기념품 상인들까지 온갖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주변을 에워싸고 혼을 쏙 빼놓는다.
얼른 우리가 가지고 간 양산을 펴서 쫓아버리고 뛰듯이 입구까지 도착했다.
이 곳 역시 내국인과 외국인 입구가 따로 있었다.

불교 사원이라 그런지 어제의 프람바난과는 달리 들어갈 때 옷차림 검사를 한다.
짧은 바지를 입고가면 보로부두르 사원이 그려진 두루마기 바틱 치마같은걸 둘러서 입혀준다. 대여료는 무료이다.

태국에서 사원에 들어갈 때 항상 입던 긴 바지도 가져 갔었는데 보로부두르에 온 기념으로 빌려주는 치마를 입기로 했다


이 곳 역시 입구에서 필요하다면 가이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어제처럼 적극적인 분도 없었고, 오늘은 사원 설명보다는 사원 그 자체를 천천히 둘러보려고 했기 때문에 가이드는 패스.
그래서 어제의 수하르토 가이드님께도 따로 요청을 드리지 않았었다.

입구를 통과해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나무길 사이로 보로부두르 사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덥고 해가 강해서 사원 내에도 곳곳에 양산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집트나 중남미에는 피라미드가 있다면 이곳엔 그에 못지 않은 크기의 사원이 있다.


보로부두르는 9세기 사일렌드라 왕조때 세워진 마하야나 불교 사원이다.
동남아는 대부분 상좌부 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여넌 전에는 이 곳 역시 대승불교의 부흥기가 있었다니 신기하다.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거대한 사원은 수백년간 버려져 있다가 19세기에 되서나 발굴되었다.

사원은 9층 구조로 아래 6개층은 사각형, 위의 3개층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맨 아래 기단의 각변은 123미터, 사원의 전체 높이는 35미터나 된다.
사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유네스코 홈페이지나 위키등을 참고하자.


우리는 아래단 부터 차례차례 둘러보며 올라가기로 했다.

사원의 각 단에는 부조들이 가득하다.
가장 아래 단에는 8세기 고대 자바인들의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었다.
위로 갈수록 불교와 관련된 장면들이 나오는데 봐도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장면 장면을 해석하는 것을 포기하고 우리는 그냥 이 사원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돌고 돌고 또 돌아 73개의 스투파가 있는 가장 윗 공간으로 올라왔다.
이곳이야 말로 사진의 명소이며 그야말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인데, 원래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아니면 오늘이 주말이라 주민들이 모두 구경을 나온 것인지 사방에 온통 사람들로 가득해서 계획에도 없는 단체 사진만 챙겨가게 생겼다.


어디를 가도 셀카봉 든 사람들과 현란한 우산들로 가득하다


최상단의 대형 스투파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 이리저리 사원 앞뒤로 뱅뱅 돌다보니 어느 순간 특정 공간에 사람들이 없을 때가 생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친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서 이 넓은 사원을 오직 우리만이 거니는 모습을 몇장이나마 담아내는데 겨우 성공했다.

숨겨진 사원을 발견한 탐험가 같은 포즈



사원은 한 시간 정도로 대략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더위에 지치기도 해서 돌아가려고 사원의 뒷쪽으로 내려왔다.

전체적인 디테일을 담기엔 사원의 뒷쪽이 더 좋은 것 같다


고프로에도 다 담기지 않을만큼 거대하다


사원 뒷쪽으로 나와 다시 출구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다.
사원 주변이 아닌 바깥쪽 숲길로 빙 돌아서 나가게 되어 있어서 한참을 걸어 나가야 했다.

코끼리도 다수 있었는데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앉아서 보로부두르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는 용도일까?


출구 근처에 가니 입구에서와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잡상인들이 굉장한 끈기와 각 나라 언어로 무장하고는 엽서와 온갖 물건들을 팔려고 쫓아온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공격에 놀라 잠시 출구 옆의 박물관으로 피신해서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게 해 주었다.

박물관 자체는 별로 볼 게 없었지만 그늘과 바람과 물이 있어서 몸을 식힐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순식간에 출구를 통과해서 나오니 더 이상의 잡상인은 없다.
점심 시간이 꽤 지나 있었기 때문에 어딘가를 찾아다니기 보단 출구에 있는 식당들 중 하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딱히 정보가 있었던 게 아니었기에 우리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음식을 시켰는데 진짜진짜 맛이 없어서 음식을 거의 다 남겼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돈이라도 안 아까워서 다행.
계산을 할 때 아주머니가 뭐라고 화를 냈는데 자존심이 상하신 걸까?
맛 없는 밥을 억지로 먹는둥 마는둥 나오니 식욕이 사라져서 그런지 배도 안 고프다.

비주얼은 그럴 듯 했는데 맛은 음?? 삭아버린 고무 타이어를 씹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차갑냐고 두번이나 물어보고 주문한 코코넛조차 미지근하고 반쯤 상한 맛이 났다



물의 궁전

사원을 생각보다 금방 둘러봐서 시간이 많이 남아 족자카르타 시내 관광의 백미인 따만사리를 가보기로 했다.
출발할 때 걱정했던 돌아오는 그랩을 부르는 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랩 호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려 살짝 당황했으나(이전까지는 최대 1초만에 매칭이 되었기에), 출구쪽엔 그랩카들이 득실득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출에 응한 그랩 기사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가는 길 또한 교통체증이 좀 있었는데, 이 차 또한 광적인 운전을 해서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피곤한 토토는 꿈나라를 헤매고 한참을 걸려 따만사리 입구에 4시가 넘어서 도착.

그런데 관광객도 별로 없고 분위기가 이상하다.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혼란에 빠져있는 찰나 어떤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따만사리? 하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길래 좀 의심스러웠지만 아저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이 사는 주택의 좁은 골목을 통과해서 어디론가 한참을 간다. 이거 위험한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따라가는데 중간에 무슨 사향 고향이 커피 파는 가게같은데로 들어가보라고 하신다. 우리에 있는 사향 고향이 한 번 봐주시고 나중에 다시 온다고 구라를 치고 얼른 나왔다.
나오니 아저씨가 얼른 따라붙어 계속 따만사리를 외치며 다시 전진하시기 시작했다.

곧 길이 끝나고 광장이 나오더니 아저씨는 광장의 우측 부분에 있는 담장의 좁은 틈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신다. 틈으로 들어가니 담장 너머로 따만사리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위험을 무릅쓰고 담장 위에 올라가면 그럭저럭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주변에 대충 영어를 이해할 수 있어 보이는 학생 커플에게 물어보니 이미 문을 닫았단다.
구글 지도에 나오는 Taman Sari Tourist Village엔 오전9시~오후6시라고 되어 있었는데 투어리스트 빌리지가 정확히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여러 정보를 뒤져보니 대략 오후 2시쯤이면 문을 닫는 듯 했다.
그리고 아저씨를 따라서 골목을 통과해 따만사리의 후문쪽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 곳에서 찍은 사진 한장이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너무나 정신 없이 상태를 파악하느라 사진 찍을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우리를 이끌고 담벼락으로 인도해서 따만사리를 보여주려던 아저씨한테 아무 감사인사(혹은 팁?)도 못했던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정문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잘란 프라위로타만

유명한 여행자 거리인 프라위로타만 거리가 따만사리에서 가까이 있었기에 그 곳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투어도 알아보고, 저녁도 먹기로 했다.
일단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당을 충전하러 유명한 템포 젤라또 가게로 직행했다.


컵과 콘이 있는데 보통은 콘을 많이들 먹고 있었다.
우리는 더 다양한 맛을 보고 싶어서 3개의 맛을 고를 수 있는 미디엄 사이즈 컵을 주문했다.

드래곤 후르츠맛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코코넛이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나와 프라위로타만 거리를 걷기 시작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다.
여행자는 커녕 사람 자체도 별로 없고 가게들도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여행사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정처없이 걷다가 영업을 하는 아무 여행사나 들어가서 므라피 화산과 삔둘 동굴 투어를 예약했다.

썰렁한 거리. 여기가 바로 그 프라위로타만 거리가 아닌 것인가?


여행사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우리가 늦게 가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문을 연 여행사도 없었고 알아보러 돌아다닐 기운도 없었다. 보이는 곳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예약.



저녁을 먹을만한 괜찮은 식당들이 몇 보였지만 슬슬 해가 넘어가고 몸도 점점 피곤하고 맡겨뒀던 짐을 찾아 하얏트 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을 해야 되는 과정이 남아있었기에 얼른 돌아가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도시는 어디를 가도 교통체증이 있어 그랩을 타고 피닉스 호텔로 돌아오는 것도 꽤나 오래 걸렸다.
그런데 하필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전 단체 관광객 버스가 호텔에 도착했고 엄청난 사람들이 로비로 몰려들어와 리셉션은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래서 가방을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

하얏트 리젠시 호텔은 좀 더 외곽에 있었는데 호텔 들어가는 입구부터 고요하니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직원들도 아주 친절했고 특히 향기가 아주 좋았던 꽃 목걸이를 걸어줘서 토토가 난리났음.

자바니스 전통 건축의 형태를 잘 살렸다


자스민 꽃인가? 향기가 너무나 좋았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쉴 틈도 없이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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