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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 프람바난 사원, 라마야나 발레 공연 본문

해외여행/2018.09 족자카르타

족자카르타 프람바난 사원, 라마야나 발레 공연

도올핀

프람바난 사원과 라마야나 발레 공연을 보기로 한 날.

우리의 일정중에 라마야나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딱 오늘뿐이라 이 일정만큼은 미리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나중에 보니 정확히 그런 건 아니었다. 자세한 내용은 라마야나 공연 안내 참고)


보통은 아침부터 보로부두르-프람바난-발레(혹은 시내구경) 코스를 하는데 우리는 아침부터 빡세게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오늘은 프람바난만 방문하는 것으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조식을 먹고 토토는 방에서 쉬는 동안 나는 아침 수영을 했다.

수영장이 넓지는 않지만 수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혼자 수영장 전체를 다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어제는 물이 좀 차가웠었는데 오히려 아침엔 수영장에 해가 들어서 전반적으로 어제보다 따뜻했다.

수영을 잠깐 하고 따끈한 소파배드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또 수영을 하곤 했다.


발코니에서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토토


수영장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어서 좋았다




신나게 수영을 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한 뒤 어제 예약한 투어 기사를 만났다.


그런데 우리가 예약할 때 프라이빗 투어같은걸 예약한게 아니어서, 난 당연히 봉고차 같은게 와서 그룹투어를 할 줄 알았는데 4인승 자동차가 오더니 우리만 탑승하고 출발을 한다. 여기는 원래 다 이렇게 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두명만 가는거니 나쁘지 않았다. 기사님도 과묵한 스타일이라 귀찮게 하지 않아 좋았다. 차가 에어컨이 약해서 좀 더운게 살짝 단점이긴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항상 그런건지 몰라도 차가 상당히 막힌다.

프람바난까지는 거리가 그닥 멀지 않았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내국인과 외국인 표 사는 곳이 다르다. 들어가는 입구도 달랐다.


기사님은 프람바난 사원에 도착해서 표 사는데를 알려주고는 5시 30분쯤 다시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내일 보로부두르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컴비네이션 티켓을 구입했다.


컴비네이션 티켓을 구입했다. 음료수 바우쳐를 한장씩 준다.



사원에 들어가서 어떻게 구경을 할까 입구에서 지도를 살펴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국말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봤더니 어떤 무슬림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한국말을 하며 다가온다.

목에 걸린 가이드 인증서?? 같은 것을 보여주며 자기는 투어 가이드이고 한국말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신다.


프람바난 사원 가이드비는 10만 루피아.

우리는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 가이드 아저씨를 고용하기로 했다.


한국말을 너무 잘 하시던 가이드님 "수하르토"


한국어와 일본어를 할 줄 아신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를 더 잘하신다고 하신다.

일본인 관광객이들 더 많이 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지만, 아저씨가 느끼기에는 한국어가 더 어렵워서 익숙해지기 힘들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로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셨다. 유적지 설명 뿐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질문이라던가 하는 것에도 상당히 능숙하게 대답을 하셨으니깐.


한국에서도 잠깐 사셨다고 했는데 어째 우리보다 대한민국 곳곳을 더 많이 돌아다니신 듯 했다. 설악산 흔들바위며 온갖 산들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우리도 못 가본데가 참 많았다.


입구에서 잠깐 걸으니 멀리 웅장한 힌두교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에는 해가 반대편에 있어서 뒤에서 보는게 더 멋지다고 하신다.

그래도 우리가 어디에 왔는지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겨본다.




프람바난 혹은 라라 종그랑이라고 불리는 이 힌두교 사원은 9세기 마타람 왕조에 의해 세워졌는데, 수많은 지진과 화산 폭발로 무너져 있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복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네덜란드에 의해 그리고 그 뒤엔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하나씩 복원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복원되지 않은 돌더미들이 수없이 많다.

또 복원되는 중에도 지진때문에 다시 무너지는 일도 많다고 한다.


복원되지 않은 돌더미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이걸 어떻게 찾아 맞춰서 사진도 없던 그 예전 탑의 모습을 복원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돌 가운데 검은점으로 새로 만들어 넣은 돌을 표시해 놨다


여러 이유로 돌들이 사라져서 사라진 돌들은 새 돌을 넣었다고 한다. 이렇게 넣은 돌들은 중간에 표시를 해놔서 알 수 있게 해놨다.

또한 유네스코 복원 규정에 따른 것인지 부조가 있어야 하는 곳에는 형태를 위해 새로운 돌을 끼워 넣을수는 있어도 새롭게 조각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새로 넣은 돌에는 부조가 없다



안마당으로 들어가서 가까이서 보니 사원은 더욱 거대하다.

가장 높은 사원은 47m나 된다고 한다.



각 신전들은 각각의 신들을 위한 제단이다.

제일 큰 3개의 신전은 각각 시바, 비슈누, 브라마 사원이고 특히 가운데 가장 큰 신전은 각각 방향에 시바신과 관련된 3명의 다른 신들을 위한 방들이 있는데 시바의 아내인 두르가, 아가스티아, 그리고 시바의 아들이자 코끼리 머리를 가진 신으로로 잘 알려진 가네샤의 신상들이 있다.

가장 큰 신전 바로 앞의 바하나라고 하는 각각의 신전들은 신들의 탈것들인 난디(소), 가루다(독수리), 앙사(백조)들이 있는 사원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앙사와 가루다 신상은 신전안에 없었다. 오직 난디(소)만이 크기가 거대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과 함께 신전들을 차례로 둘러보니 가이드를 고용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봤으면 몰랐을 여러 사실들을 자세히 알려줘서 더욱 재밋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수많은 라트나들을 받치고 있는 벽 안쪽에는 라마야나 대서사시가 빼곡하게 부조되어 있다


2006년 지진때문에 복원된 탑의 일부가 다시 무너져 기단이 떨어져 있다. 탑은 다시 복원했지만 그 날을 기억하기 위해 떨어진 탑의 일부는 그대로 놔뒀다. 가이드 아저씨도 이 날 집이 무너지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새벽에 기도를 하러 가느라 화를 피하셨다고 했다.



신전을 쭉 둘러보고는 사원 뒷쪽으로 갔다.

오후에는 전체적인 사원의 모습을 담으려면 역광이 없는 이쪽에서 사진을 찍어야 잘 나온다고 한다.

아저씨가 곳곳에 사진 포인트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우리는 멋진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다리가 길어보이게 찍는 각도를 제대로 아신다




프람바난 사원은 다 돌아봤기에 거의 1시간 반 가까이를 설명해 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느라 수고한 가이드 아저씨와 작별을 고했다.

이렇게 수고하고 가이드비가 겨우 10만 루피아라니. 그래서 팁을 충분히 챙겨 드렸다.


헤어지기 전 다른 곳도 가이드가 가능하다고 하시면서 가이드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족자카르타에서 한국말 가이드가 필요하신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 명함을 남겨본다.


첫 번째 번호는 아저씨 전화고, 두번째는 아내분 전화번호라고 한다. 한국말이 유창하시니 통화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우리는 남은 시간에 북쪽에 위치한 세위 사원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세위 사원까지는 왕복 1키로가 좀 넘는데 이미 다리가 많이 지쳐있어서 카트를 타고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자전거도 빌려주니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전거로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세위 사원은 불교 사원이다. 탑에 라트나가 아닌 스투파가 올려져 있어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문명의 도움으로 가볍게 세위 사원을 둘러보고 이제는 일몰을 볼 시간.

세위 사원을 돌아본 카트가 출구에 내려주는 바람에 한참을 다시 걸어서 프람바난 사원으로 돌아갔다.


천 년 전의 사람들도 똑같은 광경을 보았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일몰을 보고 이제 나가려는데 들어온 입구로 다시 나가려니 안된다고 한다. 무조건 출구쪽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출구는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것. 다리도 아픈데 다시 돌아 나가려니 사원 경내로 괜히 다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갈 다른 길이 없어 돌아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걸어서 다시 사원 바깥쪽 잔디밭으로 돌아오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프람바난도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냥 이 곳에서 일몰을 봐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일몰을 봤어도 낭만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마지막으로 사원의 모습을 눈에 담은 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늦었기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출구를 나오자 온갖 기념품점이 나오는데 시장 규모는 왜이리 큰지, 출구에서 다시 주차장으로 나오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다시 기사님을 만나 바로 라마야나 발레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차로는 빙 돌아가서 그랬는지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지도에서 보면 사원 뒷쪽으로 나가서 공연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접 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공연을 보기 전 식사를 할 수 있게 뷔페 식당이 있어서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프람바난에 온 김에 근처의 아뱌야기리 레스토랑(Abhayagiri Restaurant,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다)에 가서 도시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안 되서 좀 아쉬웠다.

가격에 비해 음식은 그럭저럭이었지만 불을 밝혀놓은 프람바난 사원을 보며 하는 저녁 식사는 상당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에 빈땅이 빠질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사람들처럼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도 열심히 찍고 시간이 되어 공연을 보러 들어갔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건기로 특별히 비 소식이 있지 않다면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우기때이거나 건기라도 비가 오면 실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프람바난 사원이 보이는 야외 공연장은 그 자체로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는 나름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이보다 멋진 배경을 가진 공연장이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좌석은 Khusus라고 하는 Special Class. 두번째로 비싼 자리였는데 직접 앉아보니 여러가지로 약간 애매한 자리라고나 할까?

위치 상으로는 그 다음 좋은 좌석인 First Class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았고(First Class는 좌석 위치에 따라 Special과 비슷할수도 혹은 더 좋을수도 있었다. 물론 제일 안 좋은 자리를 배정받으면 낭패. 자신의 운을 시험하고 싶지 않다면 Special Class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공연 중반 이후에는 VIP석에만 있는 등받이가 간절했다.

돈을 쓸꺼면 아예 조금 더 써서 VIP석을 예매하라고 하고 싶다. 금액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10만 루피로 더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장면 장면이 굉장히 더디게 진행이 되는 느낌을 받았고 초반에는 특히 굉장히 지루했다. 중반부터는 그나마 볼만 하다 싶었는데 하얀 원숭이가 불로 다 태워버리는 장면에서 공연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내용이 진행되다가 말아버린 그런 느낌.


그래서 다른 사람들 리뷰를 찾아봤더니 내가 본 내용이랑 좀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중간에 일부만 봤다고 해야되나??


본격적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공연이 끝나버린다


여기서 나의 기억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떠올랐다.

라마야나 공연을 조사하면서 봤던 달력에 [25], {25} 이런식으로 별도의 표기가 되어 있던 것과 에피소딕 어쩌고 하는 정보가 있었던 것을.


그렇다.

우린 두번째 에피소딕 데이에 공연을 보러 왔던 것이었다.

공연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우리가 본 날짜를 찾아보니 모든게 정확해졌다.


[27] Episode 2 : Hanoman The Messenger


라마야나 공연을 처음 본다면 절대로 에피소딕 데이에 가지 말기를 바란다.

일단 전체 스토리가 나오는 공연을 본 후에 좀 더 관심이 생긴다면 에피소딕 데이를 가도 좋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볼일을 보고 뒤를 덜 닦은 느낌으로 공연장을 나와서 호텔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다시 족자카르타를 방문해서 전체 공연을 볼 날을 기약하며.



라마야나 공연 정보는 아래글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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