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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7.12 엘니도

엘니도 라스카바나스 비치 리조트에서의 이틀

도올핀


카알란 비치를 둘러보고 엔젤위시에서 점심을 먹은 뒤 호텔에 돌아와서 짐을 가지고 나왔다.
마침 호텔 앞에 트라이시클이 있어서 바로 짐을 싣고 출발.

엘니도에서 특히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물건을 사거나 트라이시클을 타거나 할 때 관광객을 호구잡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만큼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처럼(특히 보라카이 같은 유명 관광지역)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부르는 일은 없었다. 
항상 얼마나 깍아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 것인가를 신경써야 해서 스트레스 였는데, 엘니도에선 사람들이 부르는 가격에 믿음이 가니 흥정하느라 지치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숙소는 라스카바나스 해변에 위치한 라스카바나스 비치 리조트.
엘니도 타운을 벗어나서 코롱코롱 비치쪽 산길을 굽이굽이 지나 베이뷰 리조트 입구에 내린다.

라스카바나스 비치 리조트는 긴 해변의 끝에 위치해 있는데 안타깝게도 리조트까지 연결된 길이 없다.
그래서 짐을 들고 해변을 걸어서 리조트까지 가야 한다.
처음에 이 숙소를 예약할 때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 중 하나인데, 연락을 주면 짐꾼들을 보내준다고 해서 안심을 하고 예약을 했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가면서 미리 전화를 해서 포터들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도보도 없어서 짐을 들쳐메고 걸어야 하는 모래사장 거리가 대략 700m가 넘는다.


베이뷰 리조트 입구에 내려서 잠시 기다리니 포터 두명이 왔다.
짐을 하나씩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

우리는 가볍게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세상 편하긴 한데 무거운 짐을 들고 앞장서 가는 포터들을 보니 마음이 좀 불편하다.
특히 내 가방은 오리발 등으로 인해 엄청 무거웠는데 그걸 메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걷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모양새인데 나는 영 불편한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쳐다보는 것 같고.


해변까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마리멕멕 해변에는 새로 건설중인 리조트가 상당히 많았다.


Las Cabanas Beach Resort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모래사장을 10분 이상을 걸어 드디어 라스카바나스 비치 리조트에 도착했다.
마리멕멕 비치쪽은 각종 바도 많고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쪽으로 오니 굉장히 한산하다.

숙박객은 서양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발코니나 해먹, 또는 모래사장에 누워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그들이기 때문에 리조트가 특히 조용한 분위기였다.

한참을 걸어 드디어 도착. 고생한 포터들에게 팁을 두둑히 주었다.


체크인을 하는데 아직 우리 방이 준비가 덜 끝난 모양이다.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피나콜라다를 토토는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허접한 호텔(로산나펜션 지못미ㅠㅠ)에서 5일이나 지내다가 좋은 곳에 오니 신났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조용한 리조트 분위기를 한껏 만끽했다


한적하고 힐링되는 리조트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야자나무, 파란 하늘과 구름, 파도 소리


리셉션이 있던 건물에는 강아지 모녀가 있었는데 아기는 많이 컸는데도 엄마 젖을 꼭 물고 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토토는 귀여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젖을 물고 잠든 댕댕이 관찰중



잠시 리조트를 둘러보고 있으니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줬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DOUBLE BEACHFRONT ROOM으로 해변에서 살짝 떨어진 바다가 보이는 방이다.
큼직한 테라스 덕에 비가올때도 항상 창문을 열어둘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리조트를 예약할 때 고민이 되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호텔에 있어야 할 기본적인 시설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King Beachfront Room에만 에어컨이 있을 뿐 다른 방에는 에어컨도 없고 TV와 냉장고는 커녕 더운물 샤워도 불가능하다.
헤어 드라이기 같은 건 기대해선 안된다. 전력 부족으로 심지어 개인이 가져온 헤어 드라이기도 사용하지 말라고 써있다.

양쪽에 바다가 있지만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과는 또 다르기에 수영장이 없는 것도 좀 아쉬웠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리조트의 위치와 뷰, 그리고 사진상의 분위기를 보고 이곳을 선택했는데 첫 인상부터 너무 맘에 들어서 다행이었다.

리셉션. 데스크 매니저 헤이즐이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테라스로 올라오는 계단. 우리는 테라스와 방에 모래가 굴러다니는게 싫어서 항상 계단 끝에 신발을 벗어두었다.


큼직한 테라스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이 평화롭다


비가 올 땐 테라스에 앉아서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들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돌을 종류별로 모아서 만든 벽


유일한 전기 제품인 선풍기. 창도 크고 바람도 잘 불어서 선풍기를 안틀어도 덥지 않았다.


더블 배드가 2개가 있는 방. 최대 4명까지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자는 침대에만 모기장을 걸었다.


해변 끝 외진 곳에 있는 리조트다 보니 밖으로 나가기는 힘들었지만 아침부터 강아지들과 해변을 걷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고 해먹에 누워 멍때리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숙소였다.
TV도 없고 핸드폰 신호는 거의 안잡히고 와이파이도 잘 안되다보니 할 게 없긴 하다.
낮에는 바다와 하늘을 보며 망중한을 즐겼지만 저녁이 되서 해가 넘어가자 토토는 꾸벅꾸벅 하더니 금새 자버린다.

해먹에 누워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와서 얼굴을 스치고 간다.


해먹 사랑 토토






저녁에는 석양을 보려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리조트 앞 해변이지만 낮에는 숙박객 외에는 별로 방문하는 사람도 없어서 굉장히 한적했고 앞에는 텅텅 빈 해변과 바다뿐이라 드론을 맘껏 날릴 수 있어서 좋았다.
필리핀은 딱히 고도 제한도 없어서 한국에 있을 때는 엄두도 못내던 높이까지 올려보기도 하고, 리조트 앞에 있는 섬 넘어서까지 드론을 보내보기도 했다.

토토는 해먹에 누우려고 휴가 온 사람같다 ㅎㅎ 리조트에서 찍은 대부분의 사진이 해먹에 누워 있는 사진이다.


바다 위에서 추락 사고 위험 없이 스포츠 모드로도 신나게 날려봤다.



리조트 앞 해변에는 파도가 양쪽에서 밀려와 해변과 섬 사이에 길을 만들어 놓았다. 
만조때는 길이 살짝 잠기는데 생각보다 물살이 세서 아이들에겐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멋진 라스카바나스 비치와 리조트 모습도 360도로 감상해보자

비치 뒷쪽으로 새로운 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중에는 짐꾼없이 리조트까지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예약할 때부터 정보도 많이 없고 극과 극인 평가가 많은 리조트라서 불안한 감이 많았는데 이틀간 지내본 결과 우리에겐 인생 최고의 숙소 중 하나였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곳이지만 라스카바나스 비치 리조트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망설이지 말고 예약을 하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엘니도에 오는 분들 대부분이 석양을 보러 짧게 방문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지낸다면 새벽부터 밤까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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