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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 호핑투어 - 투어C 본문

해외여행/2017.12 엘니도

엘니도 호핑투어 - 투어C

도올핀
태풍으로 인해 못했던 투어C를 드디어 나가는 날.
투어C는 엘니도 도착 후 팔(Pal) 사장님을 통해서 예약을 했다.

아침에 팔님이 해변에 나와 투어 나가는 것을 챙겨주셨다.
투어A 간 날보다는 확실히 날도 맑고 좋았지만 시커먼 구름들이 많은게 좀 불안하다.

투어C는 바다 멀리까지 나가는 투어라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본적으로 내해보다 파도도 높기 때문에 투어중에 비바람이 불지 않기를 기도했다.

군데군데 파란 하늘을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날씨다.


해변에는 각종 투어용품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투어C는 아쿠아슈즈가 필요하다고 빌리라고 한다.
토토는 얇은 네오프렌 소재의 아쿠아삭스가 하나 있기도 했고, 여기저기 호핑을 많이 다녀본 경험상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별도로 빌리지는 않았다.

배는 첫날 알렉서스 투어 배보다는 조금 작은 편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서 좋았다.

Helicopter Beach

첫번째 목적지는 헬리콥터 아일랜드.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날이 흐려서 기대했던 에메랄드 빛 바다는 보지 못해 아쉬웠다.


해변 끝 바위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는데 큰 파도를 헤치고 입수해야 돼서 쉽지 않았다.
나올때도 파도 타이밍에 맞춰서 한번에 해안까지 쓸려왔다.

뒤에 파도가 부서지는 곳이 스노클링 입수지점인데 바닥에 돌도 있고 해서 들어갈때도 나올때도 쉽지 않았다.


물속 풍경은 시야도 안나오고 그저 그랬다.


Hidden Beach

두번째는 배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 하는 마틴록 섬의 동쪽에 위치한 히든 비치.

히든비치 입구에서 배를 멀찍이 정박한다.
바닥에 암초가 많기도 하고 오늘은 파도가 약간 거세서 평소보다 살짝 멀리 정박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 후기를 보면 날씨 좋은날엔 작은 배들은 훨씬 안에까지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건 50미터 이상을 수영해서 해변까지 가야 하는데 아래는 온통 바위라 수심이 얕아지는 부분부터는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 강한 파도가 칼날같은 라임스톤 바위와 산호 조각들 위로 몸을 날려 보낸다. 구름이 잔뜩 껴서 흐린 날씨는 물 아래를 더욱 더 확인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토토는 얇은 네오프렌 양말, 그리고 난 쪼리만 신고 왔는데 물살이 거세서 쪼리는 벗어서 손에 쥐고 있으니 발을 딛기가 쉽지 않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파도에 몸이 이리저리 날라다니고, 그 와중에도 토토를 끌고 물속에 얼굴을 넣어 위험한 바위를 피하고 발 디딜곳을 살피며 물이 허리 아래까지 오는 곳까지 다행히 큰 부상없이 도착을 했다.

물이 얕아지는 지점부터는 파도에 의해 몸이 가라앉으며 아래로 바위들이 스쳐 지나갈 때 얼마나 아찔하던지 바다가 장판같이 잔잔한 날이 아니라면 노약자나 어린 아이들과 올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투어C를 할때는 바닥이 두꺼운 아쿠아슈즈를 착용하기를 추천한다. 대여료도 크게 비싸지 않으니 없다면 꼭 빌려서 오자.
우리는 이전까지 이런 익스트림한 호핑투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신발을 빌려오지 않은 것을 약간 후회했다.

우리 배는 남쪽 입구에 정박을 했는데 이 정도를 헤엄쳐 가야 한다.


험난한 구간을 통과하니 말 그대로 숨겨진 해변이 보인다.
해변 앞에 작은 섬이 천연 방파제가 되어 파도를 막아주고 있어서 거친 파도를 헤치고 온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안쪽은 굉장히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양쪽 입구로 밀려 들어오는 파도와 멀리 있는 배들이 넘실대는 모습만이 바깥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안쪽은 이렇게나 잔잔하다


우리가 원하는건 이런 모습이 아닌데 날이 영 흐리다. 투어A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 같다.


바깥쪽 절벽까지 뚫려 있는 동굴이 있어서 잠시 탐험을 하고는 약간 지쳐서 해변에 반쯤 몸을 담구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날씨가 흐리니 사진도 이쁘게 안나오고 오늘도 영 일진이 좋지 않다.
앉아 있으니 다행히 해가 잠시 떠서 떠나기 전에 좀 더 예쁜 히든비치의 모습을 보고 올 수 있었다.

살짝 해가 뜨는거 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지는데


다시 배까지 헤엄쳐 갈 일이 걱정이다. 토토를 끌고 미친듯이 헤엄쳐서 파도를 벗어났다.



이제 마틴록 섬의 반대편으로 간다.
섬의 북쪽을 돌아서 가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파도가 점점 강해진다. 뱃머리가 출렁출렁 해서 속도를 줄였다 올렸다 하며 거친 파도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파도가 커서 프라이빗 투어용 작은 배는 뒤집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북쪽 곶을 지나 섬 뒤쪽으로 돌아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가 잔잔해졌고 다시 속도를 내서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Talisay Beach

이미 해변은 식사를 하려고 몰려든 배들로 인산인해였다.
우리 배는 해변의 가장 북쪽 지점에 정박을 하고 음식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15분정도 해변을 둘러보라는 말과 함께 우리를 내려줬다.

해도 쨍쨍하고 물도 투명하고


해변을 따라 한바퀴를 쭉 걸어갔다 왔다.
중간에 상인들도 많아서 점심과 함께 먹을 맥주도 두 캔 구입했다.
얼음에 재운 시원한 맥주를 이런 먼 곳 까지 와서 파는 것 치고는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이미 해변에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처 섬에 마을이 있던 것 같지도 않은데 이런 작은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


생각보다 시원했던 맥주. 난 오늘은 좀 쎈 걸 선택해 봤다.


맥주를 사서 배로 돌아오니 음식이 하나 둘 차려지고 곧 배식줄을 서서 음식을 담아본다.
보라카이 호핑 때 새우가 없어서 크게 실망한 토토는 새우가 있는 상차림을 보자 감탄을 했다.
단 해변이 좀 좁고 바위들이 뾰족뾰족해서 앉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 사람들이 접시를 들고 여기저기 서성인다.
우리도 어정쩡하게 바위에 앉아서 발을 물에 담구고 밥을 먹었다.

어떨 땐 파인애플에 글자도 새기고 하던데 이 날은 아니었나보다.




인생 스노클링

식사를 하고 좀 쉬었다가 두번째 스노클링 장소로 갔다.

스타비치 쪽이었던 것 같은데 장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스노클링 장소 중 하나였다.
파도에 의해 침식된 섬의 절벽면에서 시작된 2미터 안팍의 아주 얕은 산호초 지대가 쭉 펼쳐지다가 갑자기 수직 직벽을 만나며 바다 깊은 곳으로 뚝 떨어진다.
아름다운 산호초 지대를 보호하려는 노력인지 아니면 너무 얕아서 위험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들은 깊은 수심으로 변하는 경계에 배를 정박하고 절벽 옆면에 닻을 고정한다. 그 덕분에 몸을 바로 세우기도 힘들 정도로 얕은 산호밭은 부서진 곳이 거의 없이 잘 보존이 되어 있었다.

그 동안 이곳 저곳에서 호핑투어를 해봤어도 이 정도로 산호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나 이렇게 얕은 장소는 사람들이 발로 차고 배가 쓸고가고 닻을 내리면서 산호들이 부러진다. 결국엔 부서진 산호 조각들만이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Secret Beach

즐거웠던 스노클링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시크릿 비치로 갔다.

배들이 절벽 앞쪽에 쭉 정박을 하고 있었는데 절벽쪽에 동굴 입구같은 작은 구멍이 보인다.
이번에도 역시나 힘들고 위험한 코스가 되겠구나 싶다.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의 아주 작고 거친 구멍은 파도에 의해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노련한 가이드가 구멍 한켠에 온몸으로 버티고 서서 관광객들을 밀어넣을 타이밍을 노리고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순 큰 파도가 사람들을 바위쪽으로 밀어내고 구멍 앞에는 나오는 사람들과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서로 엉켜 위험한 광경이 연출된다.

바위 아래에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의 아주 작은 구멍이 보인다.


전에 온 팀들이 웬만큼 들어가니 우리 배의 사람들도 차례로 뛰어내려 입구 근처까지 헤엄쳐 가서 들어갈 기회를 잡는다. 
파도가 넘실대고 구멍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가 나오기를 몇 차례. 들어가기 좋은 타이밍이 오자마자 파도에 머리 끝까지 젖은 가이드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구멍 안으로 마구 밀어 넣는다. 순식간에 네댓명이 들어가고 우리도 바로 뒤에 있다가 구멍쪽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엄청난 파도가 뒤에서 우리를 덮쳤다.
순식간에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토토는 내 앞 바로 구멍 근처에 있었는데 내가 순간 놀라 머리쪽을 누르지 않았더라면 바위 천정에 머리를 크게 부딪힐뻔 했다.

아찔한 순간을 넘기고 다음 타이밍에 입구에 들어가는데 성공.
입구에 들어가서도 수심이 갑자기 얕아지니 조심해야 한다. 미끄럽고 날카로운 바위 위에서 기어가는 동안 뒤에서 구멍으로 밀려들어온 세찬 물살이 등을 때릴수도 있다.

구멍을 통과하니 안쪽에는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놀라울 만큼 커다란 원형의 공간이 있고 한켠에는 모래사장의 해변이 있다.
도대체 이런 곳을 누가 어떻게 발견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시크릿 비치에 들어오자 마자 찍은 사진에서도 고생한 모습이 보인다.



주요 포인트만 가면 왜 이리 날이 흐려지는지



나올 때는 들어올 때보다는 좀 더 쉬웠지만 그래도 바닥이 미끄러워서 근처에 서 있기가 쉽지 않았다.
반쯤 나갔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다시 쓸려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구멍으로 얼른 나가서 물속으로 미끄러져 배까지 열심히 헤엄치니 오늘의 체력훈련이 끝났다.

이제 돌아가는 길.
멀고 바람도 많이 불고 살짝 추웠지만 섬 남쪽을 빙 돌아서 가는 길은 파도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어제 낙판비치 갔을 때 정도로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투어A와 비교해 보면 그래도 오늘은 상당히 준수한 날씨였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투어C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드벤쳐' 라고 할 수 있다.
활동적이고 체력 왕성한 젊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투어이며 날씨가 좋지 않다면 노약자들은 일부 장소에서 배에만 있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어를 나가기 전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가 보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만큼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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