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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7.12 엘니도

엘니도의 숨겨진(?) 초맛집 엔젤위시

도올핀

투어C를 마치고 와서 잠시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며칠간 지냈더니 빨래가 많아져서 나가는 길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가 지내던 로산나 펜션에서도 kg 단위의 저렴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길래 멀리 갈 것 없이 호텔에 빨래를 맡겼다.


오늘은 해산물을 먹어보자고 생각하고 리잘 스트리트 쪽으로 갔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식당은 Jarace Grill과 Sea Jane Restro Bar 정도가 있는데 저녁 시간 때면 리잘 스트릿 끝자락 해변가에 우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숯불 연기를 풀풀 뿜어내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변에 테이블을 펴놓고 장사를 해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처음엔 재러스 그릴에 먼저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빈자리도 별로 없어 보였고 바깥쪽 해산물 고르는 곳은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직원들도 정신없게 움직이고 있어서 우리까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다들 바쁘다 보니 입구에서 서성대는 우리에게 신경도 안 써준다. 게다가 이런 분위기라면 요리를 주문해도 너무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일단 식당을 나왔다.

구글 지도나 트립어드바이저에 해산물 바꿔치기가 의심된다는 얘기도 많았고 전반적인 평이 썩 좋지 않은 것도 빠른 포기에 한몫했다. 평점이 굉장히 높았더라면 기다려서라도 먹었을 것 같다.


Angel Wish

그리고는 세리나 스트릿 골목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앞에 해산물을 쭉 늘어놓은 가게가 있다.

허름한 분위기였지만 구석에 작은 화로도 있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로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기에 검색을 해봤다.


구글과 트립어드바이저 평점 실화냐??


온갖 열대어를 팔고 있다.


가게 입구는 약간 들어가기 망설이게 되는 모습이었지만 상당한 평점에 기대를 가득 안고 입장했다.


안쪽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입구 쪽 자리에 앉았다.

특히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 자리는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바닥과 의자가 바깥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였다.


대략 이런 분위기라 고급스러움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입구 쪽은 훨씬 깨끗한 편이었다.




우리는 버터 갈릭 새우, 스패니쉬 조개 요리 그리고 칠리소스로 요리한 커다란 알리망오(머드크랩)를 주문했다.


새우와 조개 요리가 먼저 나와서 한 입 먹었는데 이건 도저히 글이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맛이다.

특히 스패니쉬 조개 요리가 정말 핵존맛!!

어떻게 조개를 이렇게 요리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조개는 껍데기에 비해 살이 엄청 작았음에도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밥에 막 비벼서 먹으니 양이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 옆에 테이블에 남자는 혼자 와서 맥주를 마시며 조개 요리만 연거푸 시켜서 먹었다.



핵존맛!!!!!!!!!!!!!


새우와 조개로 배를 채우는 사이 갑자기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땡초를 기름에 볶았는지 가게 안이 순식간에 매운 냄새로 가득차서 주변에 모든 테이블에서 기침과 재채기를 해댄다.

우리도 한참을 콜록콜록 캑캑 거리다가 냄새가 잦아들 때쯤 모두가 서로를 보면서 한바탕 웃는 걸로 끝났다. 

순식간에 그 공간에 있는 낯선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는데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온 각기 다른 사람들이 순간 같은 느낌과 감정을 공유했던 탓일까? 로컬 레스토랑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묘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조금 있다가 알리망오가 나왔는데 아까의 냄새가 우리 게를 볶느라고 그랬던 것 같다.

새빨간 색에 매콤한 냄새가 나는 커다란 알리망오가 나오니 주변 테이블에서 다들 우리의 게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동남아에서는 랍스타라고 불리는 닭새우보단 이 알리망오가 훨씬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먹을 준비 완료


해산물로 배를 채우니 정말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서 주머니도 함께 행복.

밥과 함께 나오는 조개와 새우 같은 일반 메뉴가 160~200페소 정도, 게도 크게 비싸지 않았다.


가격을 떠나서 맛이 일평생 먹어본 해산물 요리 중에 최고였는데 도저히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엘니도에 간다면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음식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점심에 또 감 ㅎㅎ


엘니도에 일곱 날이나 있었는데 두 번 이상 먹은 음식점은 여기가 유일하다.


점심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안쪽 자리로 갔는데 테라스 쪽은 좀 위험해 보여서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

어제 먹은 입구 쪽은 시멘트로 바닥이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안쪽은 흙바닥. 청결도는 많이 떨어진다.


여긴 해변도 아니고 실내인데 테이블이랑 의자도 푹푹 빠지고 난리다.


별것도 없는 주방인데 저기서 이런 맛있는 요리가 나오다니 신기하다.


오늘은 점심이라 맥주 대신 망고 쉐이크를 주문하고 왕새우(Prawns)와 포크 밸리 볶음 그리고 어제 조개 요리에 대한 감동이 커서 어제와는 다른 종류의 조개 요리도 시켜봤다.

그런데 잠시 뒤에 왕새우가 없다고 해서 아쉽게도 칠리 새우 요리로 변경했다.


이틀 연속 먹는 것인데도 음식들은 여전히 맛있었고 우리는 요리가 나오자마자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단, 조개 요리는 어제 시켰던 스패니쉬식이 더 맛있었다.


비주얼까지 완벽한 망고 쉐이크


마늘이 들어간 조개 요리였던 것 같다.


오늘은 칠리 새우를 시켰다. 하지만 새우는 역시 갈릭 버터로 요리하는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구운 삼겹살 볶음 요리


귀여운 아깽이가 식당을 돌아다니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 맛이 생각나서 요리사를 납치해 오자, 가서 레시피를 배워 오자 이런 얘기들을 하곤 했다.

다음에 엘니도를 다시 가 볼 일이 있다면 제일 처음으로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다.



엔젤위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봉!




현지에 살며 음식점과 여행사를 운영하시는 팔 사장님은 엔젤위시를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가게라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약간 식당 내부라던가 생선 전시하는 상태 등이 위생적이지는 않아서 이 얘기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여러 리뷰들을 보면 Jarace그릴이나 다른 고급 식당에서도 식중독 걸려서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봐서 엘니도 전반적으로 낙후된 인프라(현지인들의 위생 인식 부족과 잦은 단전, 오염된 물 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아플까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도 괴로우니 굴이나 상하기 쉬운 음식들은 피하고 굽고 튀긴 음식들 위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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