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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8.12 꼬따오

태국 꼬따오로 출발

도올핀
2018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이하여 올해 역시 연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토토의 다이빙 자격증을 업그레이드 하려고 꼬따오로 목적지를 정했음.
나는 벌써 3번째, 토토도 2번째 가는 꼬따오.

그 동안은 꼬따오에 갈 때 항상 녹에어나 에어아시아 국내선 조인트 항공편을 이용했었다. 
하지만 아침에 공항에 가서 체크인하고 보안검색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밴을 갈아타고, 또 배를 갈아타고 하는 이런 과정이 귀찮아서 이번에는 롬프라야 버스 조인트 티켓을 구입해서 버스+페리로 가보기로 했다. 버스는 일단 타면 자면서 갈 수 있는 데다 배도 1시간 반만 타면 되니 훨씬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Don Mueang International Airport

에어아시아를 타고 저녁에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심카드를 한국에서 사와서 비행기가 내리자마자 바로 심카드를 바꿔끼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꼬따오에서 인터넷이 잘 안될수도 있기에 나는 Truemove, 토토는 AIS심을 사왔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그간 꼬따오의 통신망이 급 향상되었는지 거의 대부분의 장소에서 LTE가 빵빵 잘 터졌다.

전에 택시를 한참 기다렸던 기억이 있어서 최대한 빠르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당장 필요한 돈을 공항 ATM에서 출금하고 바로 택시타는 곳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기다리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이 엄청 과묵해서 별다른 인사나 질문도 없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하이웨이로 직행. 다짜고짜 톨비를 달라고 하신다 ㅎㅎ
출발 하기 전에도 이상하게 엑셀을 웽웽 밟으시고 길을 잘 모르는지 지도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미터기가 미리 올라가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 토토랑 이런 수상쩍은 느낌에 대해 얘기를 했지만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 웃고 넘겼다.

길이 거의 안 막혀서 우리 숙소가 있는 람부뜨리까지는 30분정도만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230바트가 나왔는데 잔돈도 없고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해서 팁을 듬뿍 더해 300을 드렸더니 그 과묵한 아저씨의 얼굴에 갑자기 미소가 가득 넘친다. 너무 행복해서 마치 세상을 다가진 표정이었는데, 깨달음을 얻고 해탈한 부처님의 미소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주말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가득해서 원형 로터리에서 내려서 호텔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Villa Cha Cha Rambuttri

새벽에 일어나서 쉽게 버스를 타기 위해 숙소도 롬프라야 사무실 바로 옆의 빌라 차차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는데 실제 숙소는 SAKUL HOUSE 간판이 붙은 맞은편 건물에 있는 방을 줬다.
예약할 때 빌라차차와 빌라차차2가 있었는데 그런 이유인 듯? 호텔 벨보이는 우리를 안내하며 엘베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핸드폰으로 배틀그라운드를 하느라 바쁜 것 같았다.

시간이 늦었기에 짐을 대충 풀고 옷을 갈아입고 바로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일단 동대문 여행사에 가서 롬프라야 조인트 티켓 바우처를 찾아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여행사까지 왔다갔다 하려면 피곤할 것 같아서 가 본 것이었는데 미리 바우처를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과도(?)하지만 친절한 사장님의 설명까지 듣고 올 수 있었다.

바우처를 찾았으니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할 겸 카오산 로드를 들어갔는데 연말인데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길은 사람으로 꽉차서 앞으로 가기도 걷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양쪽의 가게들과 펍들은 경쟁하듯 스피커를 최대로 하고 노래를 틀어대서 광광거리는 비트의 소음 외에는 그 어떤 음악의 증거조차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 가다가 카오산 로드를 얼른 빠져 나왔다. 전에도 한 번 와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혼이 나가버릴 정도였다.

놀라서 얼른 다시 람부뜨리쪽으로 와서 그냥 호텔 앞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일단 땡모반 2잔을 시키고, 나는 팟타이를 그리고 토토는 씨푸드 똠얌 수프를 하나 시켰다.
결론은 여기서는 술이나 한 잔 하면 모를까 밥은 먹지 말자. 
식당앞의 Best Pad-Thai in Town이라는 네온사인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맛없는 팟타이가 나왔는데 면은 떡져서 서로 붙어있고 소스는 청정원 팟타이 소스가 더 맛있을 만큼 허접한 맛이었다. 똠얌 수프 역시 해물이 비릿비릿한 맛이라 많이 먹지 못했다.

태국에 왔으니 일단 땡모반부터 맛을 보자


팟타이의 비주얼부터가 기괴하다. 옆의 나초는 무엇?


맛도 그렇지만 이 정도 가격을 받는 가게라면 워머가 달린 똠얌 전용 그릇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맛없는 식사를 대충 마치고 다음날 버스에서 먹을 간단한 간식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바로 씻고 잠을 청했는데, 새벽까지 놀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거나 할 분들은 절대 여기서 묵지 말기를 바란다.
롬프라야 사무실이 조금 더 멀어도 람부뜨리에서 벗어난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1층에서 들려오는 라이브 음악과 쿵쿵대는 비트, 사람들의 왁짜지껄한 소음이 호텔방으로 그대로 전해져 들어온다.
토토는 이어폰을 귀마개처럼 끼고 잠을 잤는데 다행히도(?)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든 것 같았고, 나는 귀가 불편해 그냥 누웠는데 소음 때문에 한동안 잠들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깨어있는건지 꿈을 꾸는건지 모르는 상태로 잠이 든 것 같다. 꿈속에서도 계속 음악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Lomprayah Bangkok

소음과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야 되는 부담감으로 반쯤 깬 상태로 잠이 들다 깨다 하며 선잠을 자다가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그리고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호텔을 나섰다.
호텔은 위치상으로만 보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호텔을 나서자마자 10초 거리에 롬프라야 사무실이 있었고 호텔에서 늑장을 부리다 나왔는데도 아직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내가 버스와 페리 체크인을 하는 동안 토토는 호텔 로비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디파짓을 받아왔다.
체크인을 할 때 좌석을 지정해 주는데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얘기를 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아주아주 일찍 가야 가능할 것이다)
이름을 적고 표와 함께 목적지가 적힌 스티커와 번호표를 주는데 가슴팍에 적당히 붙이면 된다. 짐에도 목적지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 출발 준비 완료.

잠시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출발을 했다.
새벽 출발 버스는 논스톱으로 촘폰 항구까지 가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좀 사들고 버스를 타는게 좋다. 직원 역시 출발 전 안내를 해주고 약간의 시간을 준다.

알람을 무시하고 20분이나 더 자다가 나왔는데도 사무실이 아직 한산했다.


잠깐 사이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큰길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잠깐 걸어야 했다.


짐은 20kg까지 된다고 하는데 검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짐이 그냥 봐도 엄청 크거나 딱 들었을 때 너무 무겁지만 않으면 문제 없을 것 같다.


에어컨이 추울 수도 있다. 긴 옷을 꼭 가지고 타자. 우리가 탔던 버스는 저 스피커 구멍같은데서도 바람이 나와서 스티커로 막아버렸다.



Chumphon Lomprayah Pier

장장 6시간을 달려서 촘폰에 도착했다. 방콕 뿐 아니고 여러 곳에서 온 버스들이 많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배를 타야 해서 짐을 찾아 줄을 섰다. 쨍쨍하게 비치는 태양 아래서 태국의 더위를 다시 느껴본다.
다행히도 줄이 금방 줄어들고 바로 배를 탈 수 있었다.
야간 버스를 타고 오면 촘폰에서도 두어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새벽 버스가 이런 점은 더 좋은 것 같다.

표와 여권 검사를 하는 입구를 통과해서 배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한다.
수심이 얕아서 그런지 꽤나 긴 잔교를 따라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정박해 있는 배에 탑승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를 탔다. 거대한 배낭을 하나씩 짊어진 서양인 배낭 여행객들이 많다.


배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 양 옆의 물이 맑고 얕아서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게 보인다.


롬프라야는 겁나게 빠른 카타마란으로 운영된다. 꼬따오, 꼬팡안, 꼬사무이 이동시에는 씨트란이나 다른 회사 말고 무조건 롬프라야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배를 타고 1층 오른쪽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잠깐 있으니 좀 더운 느낌이 나면서 예전에 롬프라야 타고 왔던 기억이 났다.
그 때도 엄청 더워서 에어컨 밑에 가서 서 있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도 기억을 망각하고 바보같이 창가 자리에 앉아버렸다.
잠깐 사이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타서 에어컨 근처 자리는 고사하고 두명이 나란히 앉을 자리조차 거의 없는 상황.
심지어 사람이 많아서 빈자리 없이 꽉꽉 차서 갈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옆에도 태국 아주머니가 잠시 앉았다가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일단 화장실에 갔다가 방법을 찾아보려고 2층을 올라가봤다.
2층 야외석은 햇빛은 피하면서 바람도 적당히 막아주는 좋은 자리라 이미 만석이다. 
VIP룸을 둘러보니 사람이 별로 없어서 VIP로 옮겨야 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데 토토가 카톡으로 옆에 덩치 큰 백인이 앉았다고 난리난리다. 가서 더위에 지쳐가고 있는 토토를 끌고 얼른 VIP석으로 옮겼다.

VIP석은 1인당 100바트를 내야한다. 촘폰에서 꼬따오까지는 1시간 반만 가면 되기에 좀 아까웠지만 편하고 시원하게 갈 수 있었다.


VIP석 앞쪽에는 200바트짜리 익스클루시브 룸도 있다. 의자가 더 크고 전기 코드도 있다고 한다.



VIP석으로 옮기니 토토가 이번에는 또 춥다고 옷을 다 껴입었다.
예측할수 없는 에어컨때문에 동남아를 여행할때는 무조건 길고 따뜻한 옷을 챙겨 다녀야 한다.

배는 1시간을 조금 더 달려 낭유안에 먼저 도착했다. 승객들은 낭유안의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다.
낭유안에서 적은수의 사람이 내리고 또 얼마간 타고 다시 출발을 해서 15분만에 꼬따오 매핫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간 항상 올 때 배를 적게는 3시간 반에서 6시간까지 탔었는데 촘폰에서 오니 너무 편한 것 같았다.
앞으로 또 올 일이 있으면 이 방법으로 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낭유안에서 잠깐 정박했다. 의외로 낭유안과 꼬따오 사이의 채널이 깊은지 이렇게 큰 배도 가까이 접안할 수 있었다.


1년 반만에 다시 온 꼬따오


올 때마다 섬이 발전하는게 느껴진다. 도로며 부두의 시설이며 점점 현대화 되고 있다. 반면에 예전의 먼지 폴폴 날리는 흙바닥을 밟으며 오던 그런 자연적인 느낌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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