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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 호핑투어 - 투어A 본문

해외여행/2017.12 엘니도

엘니도 호핑투어 - 투어A

도올핀
엘니도의 호핑투어는 크게 A, B, C, D의 네가지 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요즘은 몇 가지를 섞어서 하거나 중요한 곳들만 둘러보는 변형 코스도 있지만 보통 저 4가지 코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도로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El Nido Island-Hopping Tours Map by Bryntts Travel and Tours FB)


지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투어C의 경우 가장 외항권이기 때문에 기상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다.
A, B, D투어가 가능한 경우도 C는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는 가장 먼저 투어C를 하려고 신청을 해 놨다.

하지만 우리가 갈 때부터 필리핀이 태풍의 영향권에 있었기에 엘니도 도착한 첫날 밤에 비가 엄청 왔었는데, 아침에 보니 결국 투어C는 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엘니도에서는 투어C를 최대한 먼저 가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오늘 일정은 투어A로 변경해서 가게 되었다.

투어는 엘니도 오는 데이트리퍼 밴과 같이 예약을 했었는데 Alexzus라는 업체와 제휴를 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기다리고 있으니 작은 트럭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마을을 돌며 사람들을 태우고 투어 사무실로 갔는데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곳곳에는 길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곳도 있었다.

길에 빗물이 고여 냇가로 변해버렸다. 엘니도도 보라카이처럼 하수시설이나 인프라 정비가 필요해보였다.


알렉서스 사무실에서 승선인 명부 같은 것을 작성하고 사람들이 다 오길 기다렸다.


타운 골목골목을 거쳐서 해안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다 와서 배를 타러 해변으로 이동을 한다.
해변에는 호핑투어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젯밤엔 동네에 별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들 어디서 있다가 나온 것인지 신기하다.
각종 방수팩과 방수백, 모자등을 팔거나 아쿠아 슈즈를 빌려주는 상인들도 많았는데 투어A는 아쿠아 슈즈가 별로 필요 없다고 한다.

우리가 탈 배는 상당히 컷고 사람도 꽤나 많이 탔다. 엘니도는 해변의 지형 탓인지 모래사장 보호등의 이유인지 배의 크기와 상관없이 배가 해변에 바짝 접안하지 않고 있어서 배를 탈 때 무릎 이상 되는 바다까지 들어가서 배를 타야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파도도 밀려들어오니 배에 타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하의는 다 젖어버렸다.

배가 멀리 있어서 시작부터 절반은 젖고 시작했다. 갈때부터 축축해서 느낌이 별로였다.


구름도 잔뜩 끼어있고 흐릿한데다 간헐적으로 빗방울까지 떨어지니 호핑투어를 가기에는 별로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태풍도 지나갔으니 오후가 되면 날씨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출발.

하늘도 흐리고 물빛도 어둑어둑했다.



Seven Commandos Beach

처음 도착한 곳은 세븐 코만도스 비치.
검색해 보면 7명의 군인, 난파된 군인들, 뭐 이런 내용들이 나오는데 정확한 유래는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듯 했다. 구전으로 전해오던 전설같은 느낌?
해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그네도 타고 물놀이도 하고 모래도 파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간다.
예전같으면 중간중간에 계속 스마트폰을 꺼내서 물과 모래 묻은 손을 털어가며 시간 확인을 하는게 상당히 귀찮았는데 확실히 손목시계를 차고오니 시간 확인이 편하다.

이거 하나 세워놨다고 세븐 코만도스 해변이 된 것은 아닐테고?


엄청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네가 매달린 나무가 있었는데 용감한 토토는 그네타기에 도전했다. 그네 타는 위치가 아래서 보이는 것 보다 상당히 높았다. 



Small Lagoon

두번째 도착지는 스몰 라군.
도착하니 방카들이 아주 빼곡하고 스몰라군 들어가는 좁은 입구에는 카약과 수영하는 사람들이 엉켜서 난리였다.
대부분은 카약을 타고 둘러보는데 내가 이 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하필 돈을 거의 안 가지고 가서 카약을 탈 돈이 없었다.
하지만 그냥 멍하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보트맨에게 돈을 빌려서 카약을 탔다.

스몰라군을 구경하는 동안은 다행히 비도 그치고 해도 조금 밝아져서 옥빛의 라군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던 투명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

한쪽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했다. 카약없이 수영하거나 스노클링 장비만으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입구는 좁은데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나오려는 사람들은 많다보니 엉켜서 난장판이다.


평화로운 스몰 라군의 전경




입구쪽 넓은 공간은 바닥이 깊고 모래여서 수영하기에 좋았다. 토토가 수영하는 동안 나는 배를 지켰다.



스몰 라군을 둘러보고 선상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음식이 가짓수가 많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얼마 전 보라카이에서 호핑투어할 때 새우가 없어서 실망했던 토토였기에 새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식사였다.


점심 식사 후 근처에서 잠시 스노클링을 했는데 투어A에서는 이곳이 유일한 스노클링 포인트였다. 산호들이 많이 살아있었고 백화현상도 거의 없어서 나름 구경할 거리는 있었지만 투어A는 스노클링보다는 카약을 타고 라군을 둘러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투어라고 할 수 있었다.


Secret Lagoon

그 다음 목적지는 시크릿 라군.
배가 커서 그런지 우리 배는 다른 배들보다 훨씬 뒤에서 정박을 하더니 수영을 해서 가라고 한다.
다시 구름도 잔뜩 끼고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하니 추워서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내키질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한참을 수영을 해서 시크릿라군의 입구까지 갔다. 물이 깊지 않은 곳까지 산호와 바위들이 있는데다 흐린 날씨때문에 물 속이 거의 보이질 않아서 모래사장이 무릎에 닿을때까지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
모래 사장 한쪽 끝에는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잔뜩 서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성인 한명이 몸을 수그려 간신히 통과할만한 좁고 짧은 동굴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석회암 절벽이 360도로 병풍처럼 펼쳐진 작은 라군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라군 내에는 뭍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전혀 없어서 비만이라도 피해보려고 절벽 가장자리 벽이 침식되어 움푹 파인 곳 아래에 들어가 딱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석회암 지형의 절벽은 낙석사고가 자주 일어나니 벽쪽으로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토토도 나도 추워서 구경은 대충 하고 비를 피하며 있다가 시크릿라군 구경을 마쳤다.

돌아가는 길은 설상가상으로 폭풍우 때문에 파도가 거세져 다시 배까지 헤엄치기 더욱 힘들었다.

무슨 비가 갑자기 이렇게 오는지. 투어라기보다는 극기훈련이었다.



Big Lagoon

마지막 포인트는 투어A의 백미라는 빅 라군.
하지만 비도 엄청나게 오고 파도가 상당히 높아지니, 조금 춥지만 스노클링도 하고 시크릿라군까지는 어떻게든 보러 갔던 토토도 이미 체력이 바닥이다. 게다가 젖은 옷을 계속 입고 비를 맞으니 체온을 빼앗겨 도저히 카약을 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빅 라군을 돌아보는 카약은 타지 않고 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카약을 타고 돌아봤어도 그닥 예쁜 라군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헌데 마지막 코스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카약 타고 간 사람들이 돌아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우리가 추위에 떨며 기다려서 훨씬 길게 느껴졌을수도 있지만 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빅라군은 스몰라군보다도 몇 배나 컷다. 오래 걸리는 코스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카약 탈때도 파도가 거세서 타자마자 카약이 뒤집어져 버리는 팀이 몇 팀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비라도 그쳐서 젖은 옷을 벗어서 몸을 말리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야속하게도 비바람은 점점 더 거세져서 배 안으로 세차게 몰아쳐 들어온다. 최대한 가지고 있는 모든 옷과 구명조끼 이미 완전히 젖어버린 타월등으로 최대한 몸을 돌돌 말고 사람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의식을 상실한 토토. 나도 안색이 좋질 않다 ㅎㅎ



이렇게 아쉬운 투어A를 마치고 돌아오니 녹초가 되었다.
배에서 내려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천근만근이다.
카약 탈 돈을 빌려준 보트맨이 돈 받는다고 리조트까지 쫓아와줘서 고맙다고 팁까지 얹어주고 보냈다.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얼른 씻고나니 토토가 좀 살아나는 모양새다.
저녁까지 계속 비가 간헐적으로 와서 숙소에서 쉬면서 Pal님께 불랄로 잘하는 집을 수소문 했다.
불랄로는 필리핀식 갈비탕 같은 것인데 필리핀 와서 좀 추울 때 뜨끈하게 먹기에 참 좋은 음식이다.

엘니도에서 살고 계신 Pal님은 식당과 여행사를 하고 계셔서 이런 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각종 실시간 엘니도 정보도 업데이트 해 주시니 엘니도에 갈 일이 있다면 여러모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래는 운영하시는 카페 주소.

맛집으로는 불랄로 플라자를 그리고 타운 내에서는 그나마 빅마마라는 곳이 먹을만 하다고 추천을 해 주셨다.
불랄로 플라자는 타운 밖에 있어서 조금 이동을 해야 하는 곳이었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최대한 근처에서 먹고 싶어서 두번째 추천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쉬고 있으니 다행히 저녁 먹을 때 쯤 비가 그쳐서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 있었다.

Big Mama's Pinoy Hotpot & Grill



쥐똥고추를 너무 으갰더니 너무 매워서 소스를 먹을 수가 없었다.


필리핀에서 추울 때는 이게 최고인 것 같다. 뜨끈한 국물과 밥을 먹으니 얼었던 몸이 녹으며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필리핀 오면 자주 먹는 마늘밥



뜨끈하게 저녁을 먹으니 마사지 받을만한 기운도 생기고 해서 오가닉 스파에 가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여기가 엘니도 마사지 가게 중 유일하게 에어컨을 틀어준다고 해서 간건데 우리가 갔을 때만 그랬는지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날씨가 덥지는 않았지만 샵이 전반적으로 습해서 별로였다. 게다가 보통은 발 마사지를 받으면 마지막에 어깨와 목까지 해서 마무리를 해주는데 이 곳은 딱 발만 해줘서 그 점도 조금 아쉬웠다.
마사지 전에 발을 안 씻어주는 것도 그렇고 엘니도 전반적으로 마사지 가게들의 서비스가 좋지는 않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출출해져서 구스또 젤라또에서 크레페와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냠냠했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내일 오후까지 자려고 마음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엘니도의 다른 호텔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지냈던 호텔들은 모두 호텔에 이불 용도로 얇은 시트 한장만을 덮어두고 있었다.
이 시트가 너무 얇아서 별로였는데, 에어컨을 안 틀면 덥고 눅눅하고 에어컨을 틀면 좀 추워서 좀 더 두터운 이불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방은 패밀리 룸이어서 침대가 3개가 있었기에 시트를 모두 합쳐서 3장을 덥고 자니 그나마 포근하게 잘 수 있었다.

이 날은 청소기 돌리는 것 마냥 웽웽대는 에어컨 소리에도 바로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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