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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7.12 엘니도

푸에르토 프린세사를 거쳐 엘니도로

도올핀
7시 50분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어제 잠을 늦게 자서 피곤했지만, 전에 칼리보 공항에서 헬오브헬을 약간 맛봤기에 작은 공항은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가 없어 일찍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호텔을 나오니 바로 앞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 기다림 없이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NAIA Terminal 4

에어아시아 국내선은 4터미널에서 출발을 하는데 마치 버스 정류장 같은 느낌이다.
창구 앞부터 사람들이 줄을 쭉 서있는데 창구에서부터 출구까지, 그리고 다시 꺽여서 에어컨을 돌고 다른 항공사 데스크 앞쪽을 뱀처럼 돌아서 다른 줄들과도 막 엉켜있으니 줄을 따라가도 중간부터는 어디가 우리가 서야 할 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래서 비행기를 타겠냐 싶어서 다시 창구쪽으로 가서 우리는 웹체크인을 했고 짐만 맡기면 된다고 했더니 옆에 줄로 서라고 안내를 해준다.
덕분에 나름 안 기다리고 수속을 마칠 수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창구가 3개쯤 있었는데 직원들이 안내를 안하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게 한줄서기를 하고 있었던 것. 우리가 짐을 맡길때쯤 보니 그제야 안내를 해서 우리 뒤로도 줄을 쭉 세워주었다.

보딩패스를 받고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비행기가 연착되었다고 한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빨라서 엘니도가는 밴을 타는 것은 시간의 여유가 좀 있었지만 연착이 길어지니 밴 업체에서 연착되는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떻냐고 연락이 왔다. 상황을 알려주며 연락을 주고 받다가 다행히 밴이 출발하는 시간에 늦지 않게 비행기가 준비되어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비행기를 탑승했다.

잠을 못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정신없는 공항에서 시달렸더니 아침부터 몰골이 말이 아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 도착

아직 직접 영향권은 아니었지만 태풍이 접근하고 있어서 우리도 약간의 걱정을 했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타클로반과 세부였던가? 동쪽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모두 취소가 된 상태였다. 우리도 하루 이틀정도 늦게 왔으면 항공편이 취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여행 시작부터 나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장 쪽으로 나오니 우리가 예약한 밴의 직원이 서 있다.
우리가 예약한 밴은 엘니도를 오가는 밴 업체 중 안전하게 운행하기로 유명한 데이트리퍼.
다른 업체들에 비해 좀 비싸긴 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 등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 이 업체 외에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운전한다", "미친놈처럼 달린다" 라는 후기들이 가득해서 200바트를 더 주고 목숨을 담보받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항공편이 2편이나 캔슬돼서 우리는 밴에 5명만 타고 여유롭게 엘니도로 출발을 했다.

밴도 나름 새거였고 관리도 잘 된 것 같았다


로하스와 따이따이를 거쳐서 엘니도에 간다는 안내문이 있다. 5~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이다.


가는 중간에 검역소가 있다.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보니 망고 바구미? 진드기? 같은게 퍼지는 것을 막기위해 외부의 망고 반입을 금지한 것 같다.



금새 시내를 벗어나 시골 느낌 물씬나는 왕복 2차로 도로를 2시간쯤 달려 중간 기착지인 로하스에 도착했다.
La Guinguette Restaurant라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맛도 그럭저럭이었다. 나중에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 근처 교회 맞은편에 있는 Non la aromasit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에서 먹은 사람들이 많던데 우리는 왜 저기로 갔는지 모르겠다.

식당에는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놨다.


내가 시킨 할로할로


오징어 요리가 뭔가 밥하고 같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지 않은 비주얼이다.


이것도 역시 뭔가 요리라고 하기 애매한 음식


식당의 못생겨서 불쌍해 보이는 강아지 모녀를 훈육중인 토토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엘니도로 출발.
한참을 다시 달려서 화장실 타임을 한 번 더 가지기 위해 따이따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유니티 주유소 뒤에 건물로 갔는데 화장실이 잠겨있어서 열리지가 않는다. 한참을 열쇠가 어쩌고 하다가 결국 그 근처의 다른 주유소 근처의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여기는 차에 문을 열자마자 동네꼬마들이 문앞에 와서 통조림 깡통으로 만든 퍼커션을 들고 연주를 하더니 팁을 달라고 한다 ㅎㅎ. 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토토는 얼른 내려서 화장실에 갔다 왔다.

따이따이에서는 오래 정차하지 않고 바로 다시 출발을 해서 6시간 정도 걸려 엘니도에 도착했다.
가기전에는 규정상 밴은 마을 내로 진입이 불가능해서 터미널에서 내려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가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밴은 우리 호텔 앞까지 가서 내려줘서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6시간이나 운전하느라 고생한 기사님께 팁을 좀 드렸다.

Rosanna's Pension

4일간 지낼 "로산나 펜션"에 체크인을 했는데 방을 도로변의 방을 줘서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다니는 소리가 좀 시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방을 옮길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빈 방이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내기로 했는데 호텔 위치가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저녁시간 이후에는 오토바이나 차도 없었고 사람들도 거의 안 지나다녀서 시끄러울 일은 별로 없었다.
방은 전반적으로 좀 칙칙했고 에어컨에서는 굉음이 났으며 1층이어서 그런지 벽에 나방파리가 많이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파리를 잡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 

그 동안 여행을 다니며 나름 깨끗하고 좋은 숙소에서만 지냈던 토토는 약간 충격과 실망을 받은 모습이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들어가자마자 찍은 호텔 사진 한장이 없다. 

로산나 펜션 본관 건물. 본관 건물은 해변쪽에 접해있는데 우리는 본관 건물과 마주한 도로 반대편의 별관에서 지냈다.



토토는 피곤하다고 잠시 누워있는 동안 나는 해변쪽을 좀 둘러봤다. 타운 앞이라 해변은 그리 깨끗하진 않았지만 전면에 거대한 석회암 바위산이 보여서 압도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쉬는 동안 엘니도에 살면서 식당을 하며 여행 도우미(?)도 하고 계시는 Pal님께 엘니도에 관란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고 호핑투어 등도 예약하려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타운에서는 핸드폰이 정말로 잘 안된다. 호텔 방안에 있으면 카톡 하나 보내는 것도 실패할때가 많아서 호텔 문 밖으로 나가거나 심지어 도로 가까이까지 가서 안테나를 확인해야 했다. 엘니도처럼 외진 곳에서는 잘 안될 것은 대충 예상했었지만 그래도 타운 내에서만큼은 크게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Globe고 Smart고 그냥 잘 안되니 엘니도 갈 때는 큰 용량의 패키지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해가 저물어 가고 슬슬 배도 고파서 동네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으러 나갔다.
호텔 앞 길을 따라 중심가인 리잘 스트리트 쪽으로 걸어갔는데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동네에 여행객도 많이 없고 조용해서 좋았다.

스퀴도스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분위기에 비해 음식 맛은 별로였다.



식사를 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 주말이고 연말이라 그런지 온 동네 사람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농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벤트 같은 것도 했는데 눈 가리고 던지기, 뒤로 던지기 같은걸 해서 상품을 주는 모양이었다.

작은 동네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엘니도의 트리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후 BOODMO 브루어리 펍에서 맥주와 디저트를 먹고 두 번째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Cadlao IPA. 엘니도의 우크라이나 맥주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디저트라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달고 바삭바삭한 맛이었다.


맥주와 디저트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벽에는 온갖 낙서가 있었다. 한글로 된 낙서도 간간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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